
견고한 건축적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건축가가 있는 반면 건축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펼치며 왔다갔다 하며 묘기를 부리고 있는 건축가들도 있다. 그들은 다른 장르와 사람들과의 경계를 흐트리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시너지를 탐구한다. 어떤 확고한 철학 따위를 믿기 보다는 겁없이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유연하게 다른 것에 밀착하거나 흡수되어 서로의 에네르기를 거침없이 빨아들인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통해 미디어아트 작업은 물론 심지어 도시 계획에도 참여하려고 한다. 이제 갓 걸음마을 시작했지만, AnL 스튜디오의 안기현과 이민수는 그 가운데 있다. 공공 설치물인 <오션스코프ocean scope>와 <라이티웨이브즈lighting waves>로 주목을 끈 이들은 지금 종로구에 연면적 14평 규모의 소규모 주택을 공사 중이다.
1. 건축주는 물론 두 분도 첫 건축 프로젝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안기현(이하 안) : 건축주와 일면식도 없이 인터넷을 통해 만나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간단한 스케치를 먼저 보내고, 일을 하고 싶으면 계약을 하자고 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건축주가 저희에게 20장정도의 원고를 주었어요. 원하시는 집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건축주의 하루 일과와 생활 방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 중요했죠. 그리고 작은 대지가 가진 한계, 그 주변의 한옥들, 도로에 직접 면하고 있는 조건들에 직관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아주 오랜 생각을 하고 분석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민수(이하 이) : 건축주 분은 그냥 집 장사 집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집이 너무 싫었던 거죠. 자기만의 것을 가지고 싶은 에고가 좀 강하셨던 분이기도 했고, 그러면서 저희의 몸값 이라던지, 또 젊고 저희가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깐, 저희는 경험은 미천하지만, 가격 수준도 낮고, 세 번째로는 저희는 처리를 빨리빨리 했던 거 같아요. 알트(Alternative)도 여러 가지를 내는 열정이 있고, 빠른 제스쳐가 있고, 아 믿고 해도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한 거죠.
2. 그럼 경제적으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프로젝트겠네요?
안 : 마이너스죠. 심의를 세 번이나 받았으니깐, 프린트 값만 해도 벌써…
이 : 그런데 애당초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 저희가 처음 한 거고, 저희한테 부담스럽지 않은 스케일이었어요. 첫 프로젝트에 큰 프로젝트를 맡았다면 되게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래도 좀 해보자고 했죠. 실제로도 워낙 작다 보니깐. 또 어중간하게 작은 것도 아니라 그게 더 매력적이었던 거 같아요 저희에게 저희가 이걸로 이윤을 남기겠다 보다는 이거 어떻게든 금방 해보자. 그리고 우리가 예전에 했던 작업들이 건축이냐 건축이 아니냐 조형물이냐 이제 그런 건데, 이거는 명실상부하게 건축이니깐 다른 관점에서 할 수 있는 거니깐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작정하고 달려 들은 거 같아요.
종로구 누하동 극소주택 <몽당주택> 계획안, 2012
3. 사람은 살 수 있는 거죠? 작긴 정말 작더라고요. 3층 다 합해서 연면적이 14평입니다.
안 : 대지가 10평 짜린데, 10평의 60%면 6평이잖아요.그런데 6평이 안 나와요. 5.7평 정도 나오는 거죠. 그리고 올라가면서 깎이고 이러는 거 때문에. 저희는 디자인할 게 없고 이 법이 해주는 한계선 안에 딱 맞게 넣어놓고 한 거죠.
이 : 사실 저희가 한 건 사선하나 넣고 개구부, 창문디자인 정도에요. 안에 프로그램은 재미있는 부분은 사선이 애매하게 4미터에 걸리는 공간을 활용한 것 이었어요. 그래서 침실하고 원래는 수납공간을 넣으려고 한 건데 거기를 이제 화장대 장롱을 넣어서 그 공간을 활용한 게 재미있었던 부분이고요.
안 : 그런데 그걸 선택한 이유가 돈도 그렇지만, 베이스 패널만 해도 두께가 50T 정도 나오거든요. 근데 저희는 저희가 지을 수 있는 범위가 있고 거기서 안으로 무조건 밀고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자제가 얇아야 되는 거죠. 그런데 주어진 예산안에서 더군다나 서울 사대문 안이라서 서울 경관지 거든요. 색채도 다 검사 맡고 재질 자체도 반짝인 거 못쓰고 이러거든요. 권장으로는 베이스 패널 노출 콘크리트 뭐 이런 식으로 몇 가지 정해져 있어요 통과하려면, 그래서 찾은 게 노출 콘트리트 패널이라고 27T. 석재랑 비슷한데 그거를 넣고 외부 단열제로 해서 얇은 걸 넣으면 100mm 안으로 들어오거든요. 거기다가 구조 100, 25cm가 깎아먹고. 미리 싸움을 계산한 거죠.
이 : 근데 진짜 작다 보니까 10센치가 정말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벽 두께도 최대한 줄여야 하고 도면상에 가구 넣고 보면 10센치 모자라서 못 넣고 …지적도상에 있는 그것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오차가.. 큰 건물이면 오차가 10센치면 그냥 그렇게 끝나는데 워낙 작다니깐 현장 오차 10,20센치 나는 게 너무 속이 상하더라고요.
4. 두 분은 물론 건축주에게도 굉장한 모험이었겠어요.
이 : 건축주가 일본에서 산 적이 있어 일본의 극소주택이라는 책이 많은데, 그 수집한 책을 다 보여주셨어요. 이 집은 몇 평이더라, 저 집은 몇 평이더라. 근데 거기도 저희 집만큼 작은 평수는 없어요 일본에서 작다는 거 다 가지고 왔는데 다 우리 꺼보다 큰 거예요. 처음에 너무 작아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 콘크리트 치고 올라온 거 보니까, 그래도 생각했던 거보다 살 수는 있겠다 싶어요. 그리고 3,4층에 뷰가 정말 좋아요. 인왕산이 다 보이거든요. 그래서 개구부를 어떻게 뚫고, 건축주가 그리고 꼭 옥상에 올라가게 해달라고 하고, 그리고 3층의 화장실에서 욕조에서 인왕산을 바라보게 해달라는 요구사항이 있으셔서 3층까지는 스파이럴 계단으로 옥상 올라가는 거는 사다리 계단으로 해서 디자인을 했습니다.

Mercedes벤츠 신차 런칭쇼 아레나 디자인
5. AnL 스튜디오를 만든 것이 언제쯤인가요?
이 : 2009년 가을, 오션스코프를 하면서 먼저 이름만 만들었죠. <오션스코프> 작업을 하면서 저희가 둘이서 작업을 하는데 둘 다 프리랜서이면서 각기 직업이 있잖아요. 그래서 회사 구색을 좀 갖춰야겠다. 스스로 이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서는 회사처럼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사실 급조된 이름이에요. 그러면서 나중에는 이름에 대해 더 의미도 붙이고 생각도 많이 하는 계기가 생겼지만, <오션스코프> 작업 때 우리는 AnL스튜디오다 해서 프로포절을 한 거고 이제 그쪽에서도 회사로 인식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사업자등록도 없고 프리랜서로 일을 한 거였거든요. 그러다가 오션스코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AnL 타이틀로 일이 들어온 게 호주에서 라이트웨이브가 AnL이라는 브랜드로 들어왔어요. 초청설계 현장 공모전 식으로 들어와서 AnL스튜디오로 같이 일을 한 거죠.
6. 어떻게 보면, 자기 역할을 하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흩어져서 자기 일을 할 수 있고 그런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 : AnL스튜디오,,어떤 하나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러니깐 크레딧으로만 따진다면 AnL스튜디오로만 나가는 게 아니라 파트너 쉽으로 일을 하는 거죠. AnL스튜디오 플러스 누구누구 하면서 협업을 하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일이 있다 꼭 누구를 고용해서 월급을 줘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런 이런 협업이 필요하다 하면 같이 모아서 프로젝트 금액이 얼마다 하면 환산을 해서 1/n로 나누자 하는 걸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안 : 오히려 실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거 같아요. 왜냐면 젊은 사람들이 점점 피라미드 구조에서 더 강해지고 저희가 배우고 미디어가 많이 퍼지다 보니까 실제로 흡수하는 건 많은데 내뿜을 공간은 적잖아요. 그래서 주변에 찾아보면 쉽게 이야기를 그렇게 나눠보고 작업을 해볼 수 있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진 거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보면 실마리를 제공해서 끌어올 수 있으면, 일을 같이 해보면 저희가 오히려 단단해지고 그런 걸로 커져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에 설치된 <라이트웨이브 light wave>, 2010
7. 두 분의 정체성 자체가 그렇게 심각하거나 완고한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거네요.
안 : 네, 아직은 한없이 가벼워서. 좀더 가벼워서 여러 가지를 많이 해보고 해보면서 그러면서 뭔가를 찾아가보는 거죠.
이 : 다른 스튜디오들 보면 우리는 확고한 에고가 있고, 매니페스토가 분명하고 난 이런 걸 주로 하겠다 저런걸 주로 하겠다 분명하게 시작점에서 셋팅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저희는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지금 뭔데, 뭐라고 지금 하는 생각이 뭐라고 그런 것들은 누적되면서 생기는 것들이지 않을까 우리는 아직 어리고, 우리도 프로젝트 하나하나 하면서 누적치를 보고선 우리가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있어요.
8. 일단은 가보시겠다는 거죠?
안 : 그건 있죠, 내가 이걸 하겠다는 철학은 있지만, 저희가 무의식적으로 좋아하고, 받아들이고, 해야겠다는 직관적인 취향은 있죠. 지금 작업들의 일련을 보면, 그거에 조금 확장시켜 이야기하면 그 취향이라는 거 자체도 기존에 저희가 보던 무료한 것들. 그게 건축이든 미디어든 조금한 가구든 간에 무료하고 뻔히 보이는 것을 남들이 하는 것을 또 할 필요는 없으니 우리가 하는 거에는 뭔가 재미를 부여해 보겠다는 생각은 있는 거죠. 재미라는 것이 재미에서 재미로 끝인 건지, 아직은, 거기까지만 생각이 있어서 가볍다고 이야기하는 거 같고 거기서 조금 더 연결이 지어지고 단단해지면 “저희가 생각하는 게 아 이겁니다 저희는 세상을 바라볼 때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고 나오지 않을까요?


인천 송도시에 인천대교 전망대인 <오션스코프, Ocean Scope>, 2009. 1
9. 아직 사이, 관계 이런 게 중요하다는, 두 분의 성격과 색깔이 있지만 그 성격과 색깔이 관계 안에서 이렇게 뭔가 더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걸…관계를 만들거나, 추구하는 건가요?
이 : 그 둘의 성질이 그런 거 같아요 성질 혹은 취향의 그런 거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저희들끼리 나온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저 건축부지가 있고 똑 같은 싸이트가 있고 우리 둘이 있고, 그런데 건축주가 만약 지금 그분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저 디자인이 과연 나왔을까? 우리가 디자인했지만 건축주에 의해서 그 건축주가 다른 사람이면, 꼭 우리 둘이 디자인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러 인풋들이 우리를 자극하고 피드백을 주고 하는 그런 관계에서 같이 디자인을 해서 생겨나는 것이지 않을까 질문을 해볼 때 지금 저희는 필터인 상태인 거 같아요. 혹은 같이 일하는 파트너 쉽들이 저희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 디자인 결과물인 거고, 그건 어쩔 수 없이 안기현씨 취향과 저의 취향이 믹스 되서 나오는 거고, 저희의 취향은 저희가 정의할 순 없거든요. 그 아웃풋은 저희들의 연합에 의해서 나온 거고 인풋들에 의해서 나오기 때문에, 저희들은 그 인풋들을 많이 들여다봐요. 예를 들어서, 저희가 정리를 한 게 있었어요. 우리의 아이덴틴티는 무엇인가 해서 정리했는데, 우린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가 아니라 그 인풋들이 뭔지 우리를 자극한 요소는 무엇인지. 그래서 호주 프로젝트에는 누가 참여했었지 누가 어떻게 피드백을 줬었지 어떤 구조속에서, 우리가 팀을 어떻게 조직했었지, 그런걸 정리해보고 그걸 좀 들여다보는 게 일단 저희 상태인 거 같아요.
AnL studio
AnLstudio는 건축(Architecture)과 열망(Lust)에 대한 창의적인 사고를 디자인에 반영하고자 붙여진 이름. 동시에 두 건축 디자이너(안기현+이민수)의 영문이름 이니셜 A와L의 협업을 의미한다. 2008년 뉴욕에서 공동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한국과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2009년 1월 인천 송도시에 인천대교 전망대(제목: 오션스코프)-레드닷 어워드(Red dot award)에서 한국인 최초로 건축/인테리어 분야 최고상인 Best of the best을 수상, 건축웹진 Archdaily.com에서 선정한 2010년 Building of the Year에 TOP5 후보로 선정-와, 2010년 호주 브리스번 퀸즈랜드 정부와 싸우스 뱅크 제단이 공동으로 추진한Asia Pacific Design Triennial의 메인허브인 파빌리온 현상설계에서 1등으로 당선하여 새로운 타입의 인터액티브 파빌리온 “Neo-Flash”를 완공하였다. 이후, 화곡동 신영빌딩 리노베이션, Mercedes벤츠 신차 런칭쇼 아레나 디자인을 하였고, 국제현상설계에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있다. 현재는 워커힐 쉐라톤 호텔 카지노 인테리어 리노베이션, 종로구 누하동 극소주택 ”몽당”, 2012부산모터쇼 아우디 부스디자인 등을 진행중이다. 또한 안기현, 이민수는 CJ제일제당 건축/공간디자인 전문 컨설턴트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안기현씨는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와 U.C.Berkeley건축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뉴욕,벨기에,독일, 한국 등 세계 각지의 프로젝트에 메인 디자이너로 혹은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이민수씨는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부 그리고 NYU ITP에서 인터랙티브 디자인 석사과정을 졸업후 미국의 Asymptote, Leeser, Howeler+Yoon Architecture 건축사무소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박성태
magazyn.co.kr 편집장


